주말,공휴일 : 휴진
입안이 바짝 마르는 '구강건조증'…만성 질환의 신호?
일상생활에서 긴장을 하거나 수분 섭취가 부족하면 일시적으로 입안이 마를 때가 있다. 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입마름 증상이 지속되고 구취까지 동반된다면, '구강건조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구강건조증은 침의 분비량이 줄어 입안이 마르면서 다양한 불편함을 초래하는 증상을 말한다. 특히 충치나 구내염, 미각 저하 등 여러 구강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당뇨병이나 쇼그렌증후군 같은 만성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구강건조증의 원인과 증상, 관리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약물·질환 등 원인 다양
'입안마름증'이라고도 부르는 구강건조증은 질병이라기보다는 여러 원인으로 인해 침 분비가 감소하는 임상 증상의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구강건조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5년 기준 7,525명이었으며 50~70대의 비율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권오진 원장(핑이비인후과의원)은 "구강건조증은 대부분 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라면서 "나이가 들수록 침샘 기능이 떨어지고, 동시에 복용하는 약물의 종류와 양이 많아지는 것과 연관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약물은 구강건조증을 유발하는 흔한 원인 중 하나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우울증과 불면증 치료제, 알레르기 치료에 쓰이는 항히스타민제 등이 침 분비를 억제할 수 있다.
특정 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가면역질환인 쇼그렌증후군이다. 중년 여성에게 흔한 이 질환은 침샘과 눈물샘이 동시에 손상되면서 구강건조, 구강작열감, 눈 이물감, 치아 손상 등을 유발한다.
권 원장은 "침샘의 급성 혹은 만성 염증 및 타석증도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검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라면서 "당뇨병, 파킨슨병, 철결핍성 빈혈 및 비타민 a 결핍 같은 전신적인 원인도 구강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만성 질환의 경우 질병 자체의 문제나 치료의 과정에서 침샘 기능이 저하되기도 한다. 고혈당은 탈수를 유발해 침 분비가 감소할 수 있고, 침샘 조직에 염증 반응을 유발해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 체내 염분 및 수분 불균형으로 인해 침이 줄고 끈적해진다.
또한 두경부암 치료 후 방사선에 의해 침샘이 손상되거나,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 감소로 침샘 기능이 떨어져 생기는 경우도 있다. 스트레스, 수면 부족 같은 환경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안 마르고 구취 발생하기도...충치·치은염 주의해야
구강건조증이 생기면 입안이 마르고 민감해지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치과 전문의 정재욱 원장(강남새로치과의원)은 "침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침이 부족한 상태가 되면, 입속 세균이 증식하면서 입냄새가 생기고, 음식을 삼키거나 말을 하는데도 불편해 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구강건조증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구내염, 충치, 치은염, 치주염 등 다양한 구강질환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침에는 면역글로불린, 락토페린과 같은 향균 성분이 있어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는데, 침이 줄면 이 균형이 무너져 세균이 쉽게 증식하고 염증이 생긴다.
또한 입안 점막을 촉촉하게 해주는 기능이 약화되면 작은 자극에도 통증이 느껴지면서 혀의 작열감 등이 발생하기 쉽다. 이상미각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침은 미각을 담당하는 미뢰의 기능 유지에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침이 줄면 미뢰가 건조해져 미각이 둔해지거나 쓴맛·금속 맛을 느낄 수 있다.
정확한 원인 파악이 우선..."정기적으로 구강 상태 점검해야"
구강건조증을 개선하려면 먼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 부작용이 원인이라면 의료진과 상담해 약물 종류나 투여 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 쇼그렌증후군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원인일 경우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을 통해 염증을 조절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다만 뚜렷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은데, 이럴 땐 증상을 완화하고 입속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별한 질환이나 약물 복용이 원인이 아닌 경우라면, 구강건조증은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충분히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수분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기본이며, 침샘을 자극하는 신맛이 나는 음식이나 무설탕 껌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입안 청결을 위해 구강청결제를 사용할 경우, 알코올 함유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권오진 원장은 "시중에 판매되는 구강청결제 중 불소가 포함된 제품은 충치나 염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알코올 함량이 높은 제품은 오히려 구강건조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침 분비를 늘리는 약물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장기 복용 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부작용 우려도 있어 자주 사용되진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구강건조증이 있다면 충치나 치주 질환에 취약해지기 쉬우므로,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구강 상태를 점검하고 예방 관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